공룡 박사의 팔레오로그

공룡 이야기

가시 돋친 용의 부활 - 하올롱

공룡 박사 박박사 2026. 2. 28. 17:22

어린 하올롱의 골격 화석(스케일바는 50cm)

 

    1800년대 고생물학의 태동기부터 20세기 중반까지, 공룡은 거대하고 느릿하며 미끈거리는 가죽을 가진 '거대 도마뱀'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고생물학계는 이른바 깃털 공룡 혁명을 맞이하며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겪습니다. 비조류 공룡들에게서 현대 조류의 깃털과 유사한 구조가 발견되면서, 우리는 공룡을 항온 동물에 가까운, 역동적이고 화려한 존재로 다시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혁명의 성지라 불리는 곳이 바로 중국 랴오닝성의 이시안층(Yixian Formation)입니다. 12,500만 년 전의 화산재 속에 갇힌 생태계는 뼈뿐만 아니라 피부, 깃털, 장기 조직까지 정교하게 보존하여 우리에게 전달해 줍니다. 최근 이곳에서 발견된 새로운 하드로사우루스상과(Hadrosauroidea), 하올롱 동아이(Haolong dongi)는 공룡의 외피가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상천외하고 복잡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하올롱의 골격 복원도

 

하올롱 동아이, 이름에 담긴 경의와 발견의 경이

    ‘하올롱이라는 이름은 한자로 가시 돋친 용을 뜻합니다. 이는 이 공룡의 가장 파격적인 특징인 전신의 가시 구조를 직관적으로 나타냅니다. 종명인 동아이(dongi)’2024년 세상을 떠난 중국의 전설적인 고생물학자 동지밍(Dong Zhiming) 교수를 기리기 위해 명명되었습니다. 60년 넘게 공룡 연구에 헌신하며 수많은 종을 명명했던 거장의 이름이, 역설적으로 가장 독특한 외피를 가진 이 신종 공룡을 통해 영원히 기억되게 된 것입니다.

    이번에 발견된 하올롱의 모식표본(holotype)은 고생물학적으로 매우 드문 완벽함을 자랑합니다. 2.5m 길이의 이 표본은 사후 경직으로 인해 목과 꼬리가 등 쪽으로 심하게 굽은 전형적인 데스 포즈(Death Posture)’를 취하고 있습니다. 골격의 보존 상태가 워낙 뛰어나 육안으로는 식별하기 힘든 미세한 피부 조직까지 정밀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분석 결과, 등뼈와 갈비뼈의 융합이 아직 일어나지 않은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개체는 죽었을 당시 어린 개체였음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성체가 되었을 때 하올롱이 가진 가시와 비늘이 얼마나 더 위협적이고 거대했을지를 상상하게 만듭니다.

하올롱의 복원도

 

고슴도치를 닮은 공룡? 독보적인 외피 시스템의 발견

    하올롱의 가장 놀라운 점은 기존 하드로사우루스상과(오리주둥이공룡 무리)의 상식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외피 구조입니다. 기존의 하드로사우루스상과는 약 10mm 정도의 작은 다각형 비늘이 모자이크처럼 배열된 매끄러운 피부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왔습니다. 하지만 하올롱은 두 가지 독보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하올롱의 꼬리를 촬영한 일반 사진(위)과 레이저 유도 형광법으로 촬영한 사진(아래). 윗부분을 덮고 있는 장갑 비늘들을 확인할 수 있다.(스케일바는 20cm)

 

    첫째, 꼬리를 덮은 거대한 장갑 비늘입니다. 꼬리 부분에서 최대 52mm에 달하는 대형 순판(scutate)’ 형태의 비늘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현대의 도마뱀이나 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로, 비늘이 서로 기와처럼 겹쳐져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험난한 지형에서 몸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체내 수분 증발을 억제하는 강력한 생존 전략입니다.

 

하올롱의 가슴 부위에 보존된 결절 모양의 비늘과 가시(스케일바는 3mm)

 

    둘째, 전신에 돋아난 각질 가시(keratinous spines)입니다. 연구팀은 레이저 유도 형광법(LSF)과 첨단 현미경을 동원해 비늘 사이사이에 돋아난 3mm에서 4cm 길이의 가시들을 세포 수준에서 분석했습니다. 결과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가시들은 단순한 깃털의 변형이 아니었습니다. 가시 내부가 비어 있고 층을 이룬 세포 구조를 가진, 이른바 살아있는 피부 조직이었던 것입니다.

    이는 공룡의 외피 진화 계통도에서 매우 이례적인 사례입니다. 깃털이 미세한 필라멘트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복잡해졌다는 일반적인 진화 모델과 달리, 하올롱의 가시는 현대의 고슴도치나 호저(Porcupine), 혹은 복어의 가시와 유사하게 독립적으로 진화한 방어 체계로 보입니다. 이는 공룡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유전적 변주를 일으켰는지를 증명합니다.

 

가시는 왜 돋아났는가? 생태적 전략과 생존의 미학

    그렇다면 하올롱은 왜 이런 번거롭고 공격적인 가시 옷을 선택했을까요? 과학자들은 화석이 발견된 지층의 환경 데이터를 바탕으로 몇 가지 흥미로운 가설을 제시합니다. 가장 유력한 가설은 단연 방어 기제입니다. 당시 이시안층에는 9m가 넘는 거대 수각류 유티라누스(Yutyrannus)와 같은 강력한 포식자들이 생태계의 정점에 군림하고 있었습니다. 아직 성체에 도달하지 못한 하올롱에게 전신의 날카로운 가시와 단단한 비늘 꼬리는 포식자의 공격을 주저하게 만드는 강력한 물리적·심리적 장벽이었을 것입니다.

    두 번째는 체온 조절 가설입니다. 고기후학 연구에 따르면 당시 이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약 10도 정도로, 오늘날의 뉴질랜드나 유럽 북부와 유사한 서늘한 기후였습니다. 함께 발견된 다른 공룡들이 두꺼운 깃털로 몸을 감쌌던 것처럼, 하올롱의 가시 구조 역시 공기층을 형성하여 어느 정도 단열 효과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마지막으로 가시의 크기가 부위별로 상이하고 밀도가 다른 점을 미루어 볼 때, 이 구조는 동료 간의 사회적 신호나 위협용, 혹은 주변 식생에 몸을 숨기는 위장용으로도 복합적으로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 하올롱의 가시는 단순한 무기를 넘어 생존을 위한 다목적 생체 도구였던 셈입니다.

 

하올롱의 복원도

 

고생물학의 지평을 넓히는 하올롱의 유산

  하올롱 동아이의 발견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과연 공룡의 진정한 모습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하올롱은 공룡이 깃털과 비늘이라는 양분된 선택지 외에도, 가시라는 독창적인 제3의 길을 통해 진화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 작고 어린 공룡이 남긴 화석은 수억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공룡이 생태계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이러한 놀라운 생물학적 유연성과 적응력에 있었음을 웅변합니다. 하올롱의 가시는 고착화된 우리의 편견을 찌르는 날카로운 경고이자, 더 넓은 탐구의 세계로 안내하는 이정표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표본이 발견된다면, 우리는 어쩌면 우리가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기괴하고 아름다운 외피를 가진 공룡들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참고문헌

Huang, J. et al., 2026. Cellular-level preservation of cutaneous spikes in an Early Cretaceous iguanodontian dinosaur. Nature Ecology & Evolution 10, 18.